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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치승은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그는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었지만, 교황청이 나라를 집어 삼키는 건 막지 못했다.
“놈의 가죽을 벗기고 뼈를 뽑아버려라. 저놈의 가족은 전부 끓는 기름에 던져 버려. 그리고 안청술 학교 놈들도 전부 고통스럽게 죽여…….” 분노한 무전은 이성을 잃은 것처럼 소리쳤다.
“처음 봤을 때부터 쓰레기라고 생각했는데, 그 용기는 높게 사겠습니다.” 차분한 목소리가 무전의 말을 끊었다.
사람들은 그제야 대전에 사람 몇 명이 늘었다는 걸 눈치챘다. 말을 한 건 파란 옷을 입은 청년이었다. 그리고 그 청년은 고승에게 말한 듯했다.
“교주님! 저 여자가 바로 루월상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게 반씨 남매입니다!” 아직 대전 밖으로 나가지 않은 풍록이 막무기의 뒤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박라금도 함께 있었지만, 그대로 무시당해 버렸다.
무전은 막무기를 내려다보고는 다시 박라금을 바라봤다. 그는 마사인 박라금이라면 놈들을 충분히 끌고 올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었다. 하지만, 박라금이 대전에 들어와서 고개를 숙이지 않는 것에 몹시 의아해했다.
풍록도 박라금이 순순히 루월상과 반씨 남매를 끌고 온 것에 몹시 의아해했다. 그는 외출할 때마다 박라금을 데리고 다녔지만, 사실 박라금의 야심을 눈치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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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라금이 루월상의 EOS파워볼 공법을 들고 도망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순순히 놈들을 끌고 올 줄이야…….’ “박라금! 지금 뭐 하는 짓이냐! 교주님이 앞에 계시거늘, 당장 무릎 꿇고 인사드리지 못해!?” 풍록은 줄곧 고개도 숙이지 않은 채 아무 말이 없는 박라금을 보고 꾸짖었다.
소리 소문 없이 나타나 자신의 앞에서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는 막무기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동마교의 교주인 무전이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여봐라! 놈들을 당장 끌어내라!” 무전이 큰 소리로 소리치자, 대전의 양쪽에 있던 백 명 이상의 검은 옷을 입은 신도들이 막무기 일행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그들 한 명 한 명이 박라금 이상으로 강해 보였다.
그들은 막무기 일행을 향해 달려들며, 막무기에게 새까만 밧줄을 날렸다.
루월상은 로투스바카라 안청술 학교라는 명문교 출신이었지만, 이런 기술은 본 적이 없었다.
‘평범한 사람이 피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야…….’ 검은 밧줄을 알아본 전치승은 동요한 듯 눈동자가 흔들렸다. 막무기에게 달려든 신도들은 전장에서 수만 명의 적군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강자였고, 검은 밧줄은 사람을 두 동강 낼 정도의 위력을 지닌 밧줄이었다. 교황청이 국가 위에 군림할 수 있는 건, 모두 이러한 상식을 벗어나는 강한 술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막무기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검은 밧줄은 막무기의 근처에 닿기도 전에 멈추더니, 무수한 화살이 되어 반사되었다.
수백 개의 화살이 로투스홀짝 검은 옷을 입은 신도들의 미간을 뚫고 지나갔다.
대전의 바닥은 신도들의 피로 흥건했다. 바닥에 쓰러진 백 명이 넘는 신도들에게서는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 오픈홀덤 자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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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이 벌떡 일어섰다. 그의 주위에는 붉은 안개가 감돌았다.
그는 자신 있게 소리쳤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공포는 숨기지 못했다. 그는 교주가 되고 나서 ‘공포’와는 전혀 무연한 존재였다. 그는 줄곧 자신을 모든 사람의 생과 사를 관장하는 신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공포’와 ‘죽음’을 느끼게 되었다.
‘아무도 막을 수 세이프게임 없는 마원의 힘으로 만든 밧줄을 대체 어떻게…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고 화살로 변형시킨 뒤에 반사했어…….’ “대체 뭐 하는 놈이냐!” 막무기가 다가오자 무전은 붉은 빛줄기를 막무기를 향해 날렸다. 그와 동시에 화염을 발사해 빛줄기의 틈을 완벽하게 메웠다.
막무기는 이번에도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빛줄기와 화염은 막무기의 근처에 가기도 전에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무전의 앞에 선 막무기가 조용히 말했다.
“네가 동마교의 교주 무전이냐?” 무전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그는 눈앞에 청년과 자신의 힘의 격차를 뼈저리게 느꼈다.
“하하… 당신은 저와 함께 동마교를 이끌어도 손색이 없어 보이는군요. 여기…….” 무전이 몸을 틀며 몹시 공손하게 옆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꺼져!”
막무기가 발로 차자, 상석에 있던 무전은 전치승과 고승이 있는 곳까지 나가떨어졌다.
무전은 자신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걸 느끼고, 안진성에 온 자신을 자책했다.

막무기는 교주 자리를 꿰차고 약한 사람을 괴롭힐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옆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지켜보던 전치승은 벌벌 떠는 무전을 보고, 왠지 모르게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네가 그토록 원하던 루월상의 공법은 사실 내가 가르친 거야. 여기 기화(期火) 영락으로 마원을 흡수해봐. 아, 어딘지 모르지? 여기야.” 막무기가 손가락으로 단전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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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은 곧장 막무기가 알려준 방법으로 마원을 흡수했다. 그러자, 이전보다 수십 배는 빠른 속도로 마원이 흡수되었다. 동마교 교주였던 그는 평범한 사람보다 훨씬 좋은 수원 공법이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청년이 가볍게 던진 말이 그 공법들보다도 월등히 뛰어났다.
“교주의 자리를 당신에게 내드리겠습니다. 부디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무전은 곧장 무릎을 꿇었다. 그는 교주의 존엄을 너무나도 간단히 내팽개쳐 버렸다.
막무기는 무전을 무시한 채 고관을 쓴 전치승을 바라봤다.
“당신이 양국의 왕입니까?” 전치승이 재빨리 몸을 굽히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대인.”
막무기가 말했다.

“당장 동마교와 서마교를 쓸어버리세요. 할 수 있죠?” 막무기는 동마교와 서마교 따위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지만, 이 별을 떠났을 때 동마교가 루월상 일행을 괴롭힐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되었다. 무엇보다 사람을 차에 묶고 끌고 가는 만행을 저지르는 종교는 없애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안청술 학교를 위해서 목숨 걸고 한마디 했던 전치승을 높게 샀다.
“명을 따르고 싶지만 불가능합니다. 동마교의 군사력은 저희 양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합니다. 만약 저희 양국에서 출병한다고 하면 양국은 다른 국가에 야금야금 먹히고 말 겁니다…….” 전치승이 무릎을 꿇은 채 말했다.
“대인, 제가 선봉에 서서 양국이 동마교를 치는 걸 돕겠습니다!” 옆에 있던 무전이 뻔뻔스럽게 나섰다.
“이제 너한테는 볼일 없어.” 막무기가 무전을 향해 풍참을 날렸다.


허무하게도 고작 막무기의 일격에 오랜 세월 이 별을 통치해오던 권력자의 막이 내렸다.
“대인… 사실 저는 안청술 학교의 운백이라는 제자가 제게 밀고해서 루월상 학생을 알게 된 겁니다…….” 무전이 죽자, 풍록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모든 걸 실토했다. 그는 교주가 죽었으니 다음은 자기 차례라고 생각했다.
막무기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풍록, 박라금을 포함한 교황청 신도들을 향해 풍참을 날려서 단숨에 죽여 버렸다.
막무기가 장검 한 자루를 전치승에게 건넸다.

“가서 치세요. 그와 동시에 제가 나타났다는 소문을 널리 퍼트리세요. 만약 진군을 방해하는 나라가 있으면 곧장 그 나라도 함께 치셔도 좋습니다. 상대가 아무리 멀리 있고 많아도, 당신의 힘과 상관없이 이 검을 휘두르기만 하면 모든 걸 베어 버릴 수 있을 겁니다. 천 명, 만 명의 신도들에게 둘러싸여도 이 장검을 휘두르기만 하면 모두 잿가루가 될 겁니다.” 막무기가 전치승에게 건넨 장검은 그의 신념으로 만들어진 검이었다.
‘이 별에서 이 정도 무기면 충분히 마교 놈들을 쓸어버리고도 남겠지. 다른 국가들은 양국이 동, 서마교를 친다고 하면 분명 도와줄 거야.’ “명을 받들겠습니다!”
전치승은 감격에 겨워 두 손을 떨며 검을 받들었다. 두 눈으로 막무기의 비범함을 본 그는 막무기의 말을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전치승이 검을 받들자마자 막무기가 무심하게 말했다.


“전 여기서 폐관 수련하고 있을 거지만, 당신이 이 검으로 죽인 사람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제가 알게 됩니다. 만약 이 검으로 무고한 사람을 죽이거나, 진군을 방해하지 않는 국가를 침략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네, 네! 명심하겠습니다.” 이 검으로 대치하고 있던 이웃 국가를 멸할 생각이었던 전치승은 식은땀을 흘리며 생각을 바로 접었다. 동마교 교주 앞에서 쩔쩔매던 그가 교주를 단숨에 죽인 사람에게 거스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모든 일을 끝내면 다시 절 찾아오세요. 전 이곳에 반년 정도 머무를 생각입니다. 그전까지 동, 서마교를 없애지 못하면 저도 더는 도울 수 없습니다.” 막무기가 전치승을 보고 말했다.
전치승은 ‘반년’이라는 시간을 듣고 재빨리 막무기에게 인사를 한 뒤 물러났다. 그는 양국이 모든 국가 위에 군림할 수 있는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안청술 학교를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전치승이 물러나자마자 안청술 학교 교장 고승이 막무기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막무기가 담담히 말했다.
“교장이라는 자가 직책에 걸맞게 행동했어야지요. 설령 당신이 루월상을 교황청에 넘겨서 안청술 학교를 지켰다 해도, 학교는 이전의 학교가 아니게 됐을 겁니다. 이만 돌아가십시오. 더는 당신에게 할 말은 없습니다.” 사람들이 나가고, 교황청 대전에는 루월상과 반씨 남매밖에 남지 않았다.
막무기가 루월상 일행을 보고 말했다.
“말하지 않아도 다들 이미 알고 있겠지만, 저는 이 별 사람이 아니라 어쩌다 이곳을 지나치게 된 겁니다. 제가 수련하는 도법은 이곳에서 수련할 수 없지만, 당신들이 원한다면 전수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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